한라산 둘레길 ① 숲의 바다에 풍덩! 제주의 재발견
'제주' 하면 흔히들 바닷가의 절경을 떠올립니다. 그 절경을 보며 걷는 올레길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바다 안쪽 내륙에는 또 다른 비경이 감춰져 있습니다. 한라산이 품고 있는 깊고 드넓은 숲, 상록 활엽수림과 낙엽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독특한 원시림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숲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 바로 '한라산 둘레길'이 최근에 열렸습니다.
태곳적 숲의 향취... 난대와 온대 수목의 독특한 혼합림
파란 이끼로 덮인 돌들, 한라산 둘레길은 태곳적 숲의 향취를 선사합니다. 덩굴이 휘감은 나무뿐만 아니라 이끼로 덮인 바닥에서도 오랜 세월, 자연이 가꾼 생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키가 큰 나무 아래는 관중과 고사리 등 각종 양치류와 관목, 초본 식물이 들어차 있습니다. 숲의 바다에 빠지는 기분, 둘레길이 주는 매력입니다. 2010년 처음 동백길을 시작으로 열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64km가량이 조성됐습니다. 한라산 북쪽, 일부 구간은 아직 조성 중으로 내년에 모두 완성될 예정입니다. 전체 길이 80km에 이르는 숲길입니다.
고개를 들면 온갖 나무들의 빽빽한 잎이 하늘을 가립니다. 굴거리나 동백, 붉가시나무 등 상록수뿐만 아니라 때죽나무와 서어나무, 참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제주의 난대상록수는 해발 600m까지 저지대에서 자랍니다. 해발 600m부터 1,400m까지는 온대 낙엽활엽수의 터전입니다. 둘레길은 해발 600~800m 사이의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길이기에 난대림과 온대림이 함께 섞인 독특한 혼합림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종의 절반가량인 1,800여 종이 한라산에 있습니다. 이렇듯 식생이 빽빽하게 어우러져 있으니 한여름에도 둘레길은 늘 그늘이 지고 시원합니다. 겨울에는 숲이 바람을 막아주니 오히려 따뜻합니다.
철마다 피고 지는 갖가지 꽃을 만나는 것도 둘레길의 즐거움입니다. 때죽꽃이 필 때면 길 여기저기에 꽃이 떨어져 온통 꽃길로 변합니다. 이른 봄 동백꽃을 시작으로 참꽃과 때죽, 산수국, 산딸나무, 천남성 등 철마다 다른 꽃들을 만나는 것도 둘레길의 또 다른 맛입니다.
걷다 보면 빽빽하게 솟아오른 삼나무 숲을 만납니다. 안개가 깔리면 시야가 가려지고 깊은 숲의 신비감이 감돕니다. 바로 옆 덤불 속에서 갑자기 '컥컥' 노루 울음소리까지 울려오면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영역을 침범했다고 경고하는 거죠. 혼자 걷기에는 조금 으스스합니다. 숲이 겁나지 않다고요? 숲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무서운 동물과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가끔 길 바로 옆에도 쇠살모사가 나타납니다.
숲은 야생동물들의 터전입니다. 우리는 잠시 엿보고 조심조심 돌아갈 일입니다. 짙은 안갯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둘레길을 따라 곳곳에 유도밧줄이 설치돼 있습니다. 잦은 비에 침수되기 쉬운 구간은 야자 섬유로 만든 매트를 깔았습니다.
일제 병참도로와 임도를 재활용
삼나무 숲은 일제 강점기 때 목재 활용을 목적으로 조성됐습니다. 일제는 목재와 버섯 등 각종 임산물을 착취하기 위해 임도를 냈습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미군과의 옥쇄 전을 준비하기 위해 섬 전체를 요새화하고, 기존 임도를 활용해 한라산 자락을 따라 한 바퀴 두르는 길을 냈습니다. 이른바 '하치마키' 병참 도로, '머리띠'라는 뜻의 길입니다. 병참도로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라산 둘레길은 '하치마키' 병참 도로와 표고버섯 재배 농장의 임도 등 기존에 있던 길을 이어 조성했습니다. 기존의 길이 끊어진 곳은 최소한의 폭으로 새로 길을 냈습니다. 둘레길 가운데 비교적 넓은 길은 과거 병참 도로나 임도이고, 한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은 새로 만든 길입니다.
한라산 정상 탐방로는 급증하는 탐방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둘레길은 탐방객을 분산해 정상 부근의 훼손을 막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조성됐습니다. 걸으면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배우고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둘레길의 또 다른 의미입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평탄해 어린이부터 나이 든 어른까지 누구든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제주가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 숲의 바다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떤가요?
취재 협조: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
태곳적 숲의 향취... 난대와 온대 수목의 독특한 혼합림
파란 이끼로 덮인 돌들, 한라산 둘레길은 태곳적 숲의 향취를 선사합니다. 덩굴이 휘감은 나무뿐만 아니라 이끼로 덮인 바닥에서도 오랜 세월, 자연이 가꾼 생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키가 큰 나무 아래는 관중과 고사리 등 각종 양치류와 관목, 초본 식물이 들어차 있습니다. 숲의 바다에 빠지는 기분, 둘레길이 주는 매력입니다. 2010년 처음 동백길을 시작으로 열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64km가량이 조성됐습니다. 한라산 북쪽, 일부 구간은 아직 조성 중으로 내년에 모두 완성될 예정입니다. 전체 길이 80km에 이르는 숲길입니다.
고개를 들면 온갖 나무들의 빽빽한 잎이 하늘을 가립니다. 굴거리나 동백, 붉가시나무 등 상록수뿐만 아니라 때죽나무와 서어나무, 참나무 같은 낙엽활엽수도 함께 어우러집니다. 제주의 난대상록수는 해발 600m까지 저지대에서 자랍니다. 해발 600m부터 1,400m까지는 온대 낙엽활엽수의 터전입니다. 둘레길은 해발 600~800m 사이의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길이기에 난대림과 온대림이 함께 섞인 독특한 혼합림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종의 절반가량인 1,800여 종이 한라산에 있습니다. 이렇듯 식생이 빽빽하게 어우러져 있으니 한여름에도 둘레길은 늘 그늘이 지고 시원합니다. 겨울에는 숲이 바람을 막아주니 오히려 따뜻합니다.
때죽꽃이 깔린 둘레길
때죽나무 꽃
산딸나무 꽃
산수국
천남성
철마다 피고 지는 갖가지 꽃을 만나는 것도 둘레길의 즐거움입니다. 때죽꽃이 필 때면 길 여기저기에 꽃이 떨어져 온통 꽃길로 변합니다. 이른 봄 동백꽃을 시작으로 참꽃과 때죽, 산수국, 산딸나무, 천남성 등 철마다 다른 꽃들을 만나는 것도 둘레길의 또 다른 맛입니다.
삼나무 숲
한라산의 잦은 안개에 덮인 삼나무 숲
걷다 보면 빽빽하게 솟아오른 삼나무 숲을 만납니다. 안개가 깔리면 시야가 가려지고 깊은 숲의 신비감이 감돕니다. 바로 옆 덤불 속에서 갑자기 '컥컥' 노루 울음소리까지 울려오면 오싹해지기도 합니다. 영역을 침범했다고 경고하는 거죠. 혼자 걷기에는 조금 으스스합니다. 숲이 겁나지 않다고요? 숲은 늘 조심해야 합니다.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무서운 동물과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가끔 길 바로 옆에도 쇠살모사가 나타납니다.
돌오름길 구간에 나타난 쇠살모사
숲은 야생동물들의 터전입니다. 우리는 잠시 엿보고 조심조심 돌아갈 일입니다. 짙은 안갯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둘레길을 따라 곳곳에 유도밧줄이 설치돼 있습니다. 잦은 비에 침수되기 쉬운 구간은 야자 섬유로 만든 매트를 깔았습니다.
둘레길 유도밧줄
김서영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 팀장
일제 병참도로와 임도를 재활용
삼나무 숲은 일제 강점기 때 목재 활용을 목적으로 조성됐습니다. 일제는 목재와 버섯 등 각종 임산물을 착취하기 위해 임도를 냈습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미군과의 옥쇄 전을 준비하기 위해 섬 전체를 요새화하고, 기존 임도를 활용해 한라산 자락을 따라 한 바퀴 두르는 길을 냈습니다. 이른바 '하치마키' 병참 도로, '머리띠'라는 뜻의 길입니다. 병참도로의 흔적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일제가 돌을 깔아 조성한 '하치마키' 병참 도로
한라산 둘레길은 '하치마키' 병참 도로와 표고버섯 재배 농장의 임도 등 기존에 있던 길을 이어 조성했습니다. 기존의 길이 끊어진 곳은 최소한의 폭으로 새로 길을 냈습니다. 둘레길 가운데 비교적 넓은 길은 과거 병참 도로나 임도이고, 한사람이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은 새로 만든 길입니다.
김서영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 팀장
한라산 정상 탐방로는 급증하는 탐방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둘레길은 탐방객을 분산해 정상 부근의 훼손을 막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조성됐습니다. 걸으면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배우고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둘레길의 또 다른 의미입니다. 경사가 급하지 않고 평탄해 어린이부터 나이 든 어른까지 누구든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제주가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 숲의 바다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떤가요?
강만생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장
취재 협조: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
출처 : 돌담에 꽃 머무는 집
글쓴이 : 돌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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